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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도대체 쓰잘데기 없는 수학은 왜 배우는걸까?”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를 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음직한 혹은 주위친구들로부터 들어보았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에 입학하여 이를 전공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의 수학과목의 공부는 대단히 중요하다. 비단 이공계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조차도 수학과목의 교육은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여 4년간의 학부과정을 마무리하며 중고등학교의 수학과목이 대학의 여러 가지 교과목을 수학(受學)하는 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본 포스트는 “도대체 쓰잘데기 없는 수학은 왜 배우걸까?” 란 물음에 답을 제시함은 물론 많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현 중고등학교의 수학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2. 본론

가) 수학과 수학과목의 중요성
 수학은 철학 ·천문학 ·약학 등과 같이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옛날부터 발달해 내려온 학문이다. 수학은 인간의 사유(思惟)에 의하여 구성된 추상적인 과학으로, 추론(推論)의 전제(前提)로 삼는 공리(公理)라 일컫는 일군의 명제(命題)를 가정하여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채택하는 공리를 달리하면 결론도 달라지게 된다.

 수학의 또 다른 특징은 미(美)를 추구함에 있다. 수학에서 말하는 미란 그 오묘함과 간결함에 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념들이 어느 한 순간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수학적 연구성과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수학의 영역을 개척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나 페르마의 대정리 등이 유명하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유는 그 간결함에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교과목 중 이공계 학부로 진학한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목 중 하나는 수학이다. 수학은 특히 자연과학 및 공학의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되었으며, 모든 이론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 기술하는 토대가 된다. 수학의 기초적인 원리와 개념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은 물리학, 역학, 전산학등의 학문을 배우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실제로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피타코라스 등의 철학자들은 동시에 수학자들이었으며 단순히 수학뿐만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는 수학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수의 신비를 밝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학이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수학은 동물과 차별된 인간의 이성이 고대로부터 만들어내고 쌓아온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개념들의 집합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는 합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의 사실로부터 새로운 이론과 법칙들을 논리적으로 추론해내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이란 과목이 비중 있는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나) 수학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그 원인분석
 수학과목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이공계에 관심이 있어도 수학이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수학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과를 포기하고 문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이란 과목은 많은 중고등학생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공부라는 것 자체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학문을 연구함에 있어서 큰 도움을 주는 수학과목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이렇게까지 배척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학을 교육함에 있어서 분명하게 구별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학적 지식과 수학적 감각이다. 학업에 힘쓰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 많은 공식, 법칙, 이론들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아니라, 논리적인 생각과 번뜩이는 재치,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의 전개과정의 일체인 수학적 감각인 것이다. 이 수학적 감각은 이공계 학부의 전공과목을 수학(受學)하는데 큰 도움을 줄 뿐만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연구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현 중고등학교의 수학교육은 수학을 공부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간과하고 단순히 수학적 지식만을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 현 수학교육의 문제점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수학적 지식만을 전달하고 있는 현 수학교육의 문제 시 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  풀이과정보다는 정답이 우선시 되는 교육

3x + 7 = 13
- 정상적인 고등학교 수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매우 간단한 일차방정식의 해는 암산으로라도 금방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해를 구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변의 +7을 우변으로 이항하면 -7 이 되므로 우변은 6이 되고 x 의 계수 x3 이 우변으로 넘어가면 /3 이 되므로, x 는 2이다. 라는 식의 논리적 전개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논리적 사고과정은 수학적이지 않다. 수학의 기초가 튼튼한 사람이라면 좌변의 +7을 우변으로 이항시키지 않고, +7을 없애기 위하여 양변에 +7의 덧셈에 대한 역원인 -7을 더한다. 좌변은 +7의 역원인 -7을 더하였으므로 항등원 0이 되어 사라지게 되고, 우변은 6만 남게 된다. 그 다음은 x 3 이 우변으로 넘어가며 나눗셈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3의 곱셈에 대한 역원인 1/3 을 양변에 곱함으로써 x의 해를 구한다.
이와 같이 간단한 일차방정식 풀이과정 속에서 그 밑바탕에 항등원과 역원의 원리가 숨겨져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바로 많은 학생들이 정답 알아 맞추기식 교육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둘,  공식의 암기 강요와 유형별 학습

- 인수분해 공식, 삼각함수 덧셈공식, 접선의 방정식, 타원의 방정식 등 수많은 공식들을 암기할 것을 강요하는 교육은 참으로 어리석다. 대부분의 수학 선생님은 공식의 유도과정을 한번 보여줄 뿐, 그 후에는 공식을 외워서 답을 빨리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또 다른 잘못된 수학교육의 예로 유형학습이라는 것이 있다. 중고등학교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비슷한 유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본 학생은 아무래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도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학이란 과목은 국어, 영어, 사회와 같이 익숙해져서 단순한 반복학습을 통하여 많은 것들을 알기 위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국어, 영어, 역사, 법과 같은 지식들은 실제로 반복학습을 통하여 머릿속에 채워 넣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다른 과목과 달리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계발하는 데 있다. 단순히 수학 공식이나 문제유형을 익혀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는단 말인가.

셋,  수학학습의 본질을 간과한 시험문제

- 학생들 스스로 공식을 외우고 많은 문제 유형을 익히는 수학공부 습관은 또한 수학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학교 시험문제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수학시험 문제가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정답을 맞추길 요구한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맞추기 위해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공식을 외우고 문제 유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라) 올바른 수학교육의 방법
 수학적 지식전달 중심의 현 중고등학교이 수학적 감각계발 중심의 올바른 수학교육 실시를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교과서 개혁이다. 수학적 이론과 법칙들만 평탄하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이론과 법칙들의 토대가 되는 수학적 정의들을 중심으로 법칙이나 공식들의 유도과정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수학이 실생활에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은 컬럼을 실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는 시험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오픈북시험을 도입하여 수학은 다른 과목들처럼 단순히 외우는 과목이 아닌 생각하는 과목임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공식을 외워 빨리 답을 내는 단순한 계산 시험이 아닌 여러 가지 공리들로부터 공식을 유도해내는 문제 혹은 공식을 이용한 또 다른 응용문제를 많이 출제하고, 충분한 시험시간을 제공하여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선생님들의 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수학시간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하나의 풀이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수학교수법이 될 수 있다.



3. 결론

 아직까지도 고등학교에서 크게 유행하는 참고 교재 중 하나가 ‘수학의 정석’ 이다. 이는 방향성을 상실한 현 중고등학교 수학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학에는 정석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풀이든지 논리적인 오류가 없다면 올바른 답이다. 하지만 간결하며 이해하기 쉬운 풀이는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 특정 문제에 대하여 정석이라는 하나의 풀이만 알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러한 수학참고서의 제목은 수학교육의 진정한 목표를 깨닫지 못한 현 중고등학교 수학교육시스템을 꼭 빼 닯았다.

 대학의 어떤 학문을 전공하든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의 밑바탕이 되는 중고등학교의 수학교육이 지금까지 많은 문제점들을 지닌 채 실시되어 왔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오고 또한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중고등학교의 현 교육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개혁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각 학교에서의 부분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수학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학입시 경쟁의 과열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부의 재정적인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IT 산업의 부흥을 위해, 정부는 이공계 대학에 장학금지원을 늘리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 당국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을 문제 삼아 해결책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이공계 분야의 핵심 인력 양상을 위해 커다란 밑거름이 될 중고등학교 수학교육을 개혁하고 더 많은 인재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이공계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올바른 수학교육을 통하여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들에게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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